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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 자꾸 떠오른다 – 후회의 구조

by 비판텐 2025. 4. 21.

 

 

후회는 결국, 다시 나를 이해하는 시간

 

1. 아무 일 없던 척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 하나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그 장면이 있다. 아무 일 없던 듯 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하나.

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그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걸.

그 장면은 오래된 영화처럼 흐릿하지만, 그 속의 감정은 생생하다.

부끄러움, 죄책감, 씁쓸함, 미련 온갖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마치 그 순간을 다시 사는 것처럼.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를 때, 나는 그때의 나로 잠시 돌아가 있다. 그리고 똑같은 말과 행동을 되풀이하며 속으로만 외친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2. 후회는 왜 반복해서 찾아오는 걸까 

후회는 마치 고장 난 알람처럼 정기적으로 울린다. 그 시점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그 기억을 바라보며 다시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는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내가 알고 있던 것, 내가 느끼던 감정, 모든 걸 동원해 내린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변하고 나면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그래서 후회는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일치, 충돌, 혹은 괴리감이다. 그게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여전히 그 기억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 한구석이 그때의 나를 용서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다시 생각해봐하고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3. 후회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

그 기억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후회를 줄이는 건 가능할까?

사실 후회를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방법이 있다.

 

(1)그때의 나를 현재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기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그땐 미처 몰랐던 것들이 있었고, 그 순간에선 그것밖에 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모두 그때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2)감정의 이름 붙이기

후회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부끄러움, 미안함, 두려움, 미련 그 감정들을 세분화해 이름 붙여보면 마음이 조금 덜 복잡해진다. 감정은 이름을 얻는 순간 덜 무서워진다.

 

(3)누군가에게 털어놓기

혼자 곱씹을수록 후회는 커진다. 가끔은 그 장면을 말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내가 그 기억에 붙들려 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

 

 

4. 후회는 결국, 다시 나를 이해하는 시간

후회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후회가 있다는 건, 내가 나를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다는 신호다. 사람은 실수하고, 때로는 뭘 놓치고, 상처를 주기도 받고도 모른 채 지나간다. 그 모든 걸 뒤늦게라도 되짚는 그 마음이 결국 나를 더 나답게 만든다. 어떤 기억은 돌아가서 고치고 싶을 만큼 아프다. 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앞으로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생긴다. 후회는 과거를 향한 눈물이지만, 그 끝은 현재를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시 떠오른 그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그런 날도 있었지 하고 그 장면 속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자.

 

마치며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고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그건 당신이 아직 그때의 자신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고, 어쩌면 그 기억 속의 나조차 품고 싶어하는 마음이 속에서 올라오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후회는 지나간 선택에 대한 유감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알려주는 감정입니다. 다시 떠오른 그 장면, 그때의 나를 한 번 안아주세요. 그 순간에도 나름의 이유와 감정이 있었음을 이제는 내가 제일 잘 알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