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로받고 싶다고 말할 용기가 없을 때
어떤 날은 모든 게 조금씩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딱히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누적된 피로와 감정들이 한순간에 나를 덮친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그 말 한마디가 벽을 넘지 못하고 목구멍에 걸린다. 그냥 좀 힘들어~ 이 한 마디를 꺼내기까지 마음은 이미 수십 번 무너졌고, 나약하다는 말이 들릴까 봐, 괜히 민폐가 될까 봐,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요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날 밤 나는 그렇게 위로를 기다리다가, 결국 나를 껴안아야만 했다.
2. 아무도 모르는 울음은 더 조용히 무너진다.
혼자 있는 밤에는 감정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낮 동안 무의식적으로 눌러뒀던 것들이 조용한 방 안에서 하나씩 피어나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 불을 끄고 누워있는데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왜 우는 거지? 스스로도 이유를 잘 모르겠는 울음이었다. 지친 거야, 지켜낸 척하며 살아낸 시간들이 많았던 거야, 그리고 어느새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나 자신은 이해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울음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위한, 내 감정의 통로였다.
3. 누군가가 아닌, 내가 나를 안아주는 연습
처음엔 서툴렀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법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위로받을 사람이 없다고 그 감정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내가 나를 보듬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거울 앞에 서서 오늘 고생했어 라고 말해보기 혼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작은 디저트를 사먹기 억지로 참지 말고 나 지금 속상해라고 글로 적어보기 휴대폰 알림을 끄고, 아무 말도 듣지 않는 밤 만들기 마음 가는 대로 울기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의외로 큰 힘이 되었다. 스스로를 토닥이는 데에 누군가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았다. 외로운 밤일수록, 나는 내가 되어 조용히 내 손을 잡아줬다.
4. 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따뜻한 안부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나를 이렇게 껴안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 더 많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노트 한 귀퉁이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계속 살아가고 있어. 그 문장을 쓰는 동안 나는 울지도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그냥 가만히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다른 사람에게는 잘 해주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차가웠을까. 이제는 조금씩 달라졌다. 나를 먼저 챙겨야 다른 사람에게도 진짜로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지금 혼자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말 걸 용기가 없어 마음속에 울림만 남아 있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안부를 물어보자. 오늘 하루, 너 괜찮았니? 무너지지 않고 버틴 것만으로도 잘했어. 그 한 문장이 가장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하고 혼자 이불 속에서 울었던 나를 나는 기억한다. 그때 나는 나를 안아줬고, 그 안아줌은 어느 말보다 진심이었으며 어느 손보다 따뜻했다. 스스로를 안아주는 마음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수고한 나, 잘 살아내고 있는 나에게 조용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