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춰 있는 시간 속을 걷다
문득, 멍하니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때의 공기, 그때의 웃음소리, 그때의 나. 지금은 사라진 사람들, 끝난 관계, 지나가버린 시절이 아직도 선명하게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시간은 앞으로 흐르지만, 내 마음은 자꾸 멈춰 있는 시간 속을 걷는다. 추억은 기억 속에 저장된 영상처럼 제든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영상에 너무 오래 머물 때 생긴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데, 자꾸 과거로 도망치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 이 힘들수록, 그때 가 더 빛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심리일지도 모른다.
2. 왜 추억은 항상 아름다워 보일까?
추억을 돌아볼 때, 우리는 대개 좋은 순간들만 떠올린다. 어색했던 침묵, 상처받았던 순간, 서로 멀어졌던 이유 같은 건 흐릿해지고, 따뜻했던 기억만 남는다. 그건 아마도, 우리 마음이 고통보다는 행복을 더 오래 붙잡으려는 본능 때문일 것이다. 또한, 추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다듬어지고, 각색된다. 그때는 힘들었을지 몰라도, 지나고 나면 그래도 좋았지라고 포장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기억을 마음속에 만들어낸다. 그리워하는 건 사실 그때의 현실이 아니라, 내가 마음속에서 다시 빚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3. 추억에 머물 때 현재를 잃는다.
추억은 달콤하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면 현재의 나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지금 해야 할 일, 지금 만나야 할 사람들, 지금 느껴야 할 감정들조차 점점 무뎌진다. 그때는 참 좋았지라는 생각에 지금은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불만이 겹쳐지면서 현재가 초라해진다. 그리움에 젖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발목을 잡힌 채 살아가는 삶이 된다. 추억은 길잡이가 아니라, 때로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그때의 나도, 그때의 사람들도 모두 변했다. 변하지 않은 건 내 마음속의 기억뿐이다. 그래서 때로는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되, 그 안에 살지는 말아야 한다.
3. 추억을 놓아주고 현재를 끌어안기
추억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추억을 애써 지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추억을 존중하면서도 현재를 사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추억은 내 삶의 일부다.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소중히 껴안아야 할 경험이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보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짐한다. 그때는 아름다웠어. 하지만 지금도 충분히 소중해.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보다,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그러니 지금을 살아야 한다. 언젠가 또 참 좋았지하고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떠나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리움은 나를 아프게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건, 추억을 곱게 간직하되, 현재를 놓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때때로 과거를 그리워할 것이다. 하지만지금 이 순간의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할 것이다. 추억은 지나간 빛, 현재는 살아 있는 빛이다. 나는 살아 있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