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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감정 도감 만들기 - 기쁨의 기록

비판텐 2025. 4. 10. 17:40

감정도감, 기쁨

기쁨은 갑자기, 그러나 분명하게 찾아온다.

기쁨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도 없었고, 특별한 기대도 없었던 날. 오히려 그냥 그런 하루였다. 그런데 문득 핸드폰이 울리고, 화면에 오래 연락 없던 친구의 이름이 뜬다.그냥 네 생각났어. 잘 지내지? 짧은 메시지 하나에 마음이 둥실 떠오른다. 어떤 날은 이런 게 너무 고맙다.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말로 표현해주는 사람이라는 것. 그 순간은 노란 풍선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 같았다. 잡고 있던 실을 놓은 것도 아닌데, 마음은 그 풍선을 따라 둥둥 위로 떠올라갔다.뭐 하나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진 기분. 기쁨은 대개 그렇게 소소하게 오고, 그 순간의 감정은 분명하다. 불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분명한 기쁨이다. 이건 기쁜 감정이다라고 내가 스스로 알 수 있는 감정. 그래서 기쁨은 기록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기쁨이 남기고 간 자국들

기쁨은 아주 짧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바로 사라지는 감정도 많지만, 기쁨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흔적을 남긴다. 내 표정, 말투, 걸음걸이까지 미묘하게 바꿔놓는다.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내가 웃고 있다.거울을 보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누군가의 말에 평소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대답하고, 괜히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기쁨이 남긴 자국은 보통 티로 드러난다. 오늘 좋은 일 있었어? 라는 질문을 듣게 되는 날은, 아마 내가 기쁨의 흔적을 흘리고 있는 날이다. 물론 그 자국은 금방 사라진다. 다음 날이면 다시 평소의 얼굴,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지만, 그 잔상이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기쁨은 아주 작은 양으로도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건 참 신기한 일이다. 불안이나 슬픔은 한참을 겪어야 내 안을 뒤흔들지만, 기쁨은 단 몇 초면 된다.

 

기쁨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방법

기쁨은 오래 남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기록하려 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기쁨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식을 갖는 일이다. 나는 기쁠 때, 그 감정을 색깔로 저장한다. 노란색, 연한 민트색, 초여름 하늘 같은 파랑. 그 색을 떠올리면 그날의 기쁨이 다시 마음에 그려진다. 그게 나만의 감정 보관법이다.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또 어떤 사람은 냄새나 장소로 기억한다. 한 카페에서 마셨던 달콤한 라떼의 맛이, 한 버스 노선에서 들었던 노래가, 기쁨을 떠올리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기쁨은 자연스레 오는 감정이지만, 의식적으로 ‘간직’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지나가버린 기쁨을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만드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자주 기록한다. 기쁨이 나를 스쳐갈 때마다 짧게라도 써본다.오늘은 노란 풍선이 하늘을 올랐다.이 한 문장이, 한참 후에도 나를 웃게 만들 것이다.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본 적이 있나요?

글을 쓰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노란 풍선 같은 사람이었을까? 누군가의 마음을 갑자기 둥실 띄운 적이 있었을까? 기쁨은 대부분 타인으로부터 온다. 어떤 사람의 말, 행동, 시선, 웃음이 나를 기쁘게 만든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기쁨은 그렇게 돌고 도는 감정이다. 받았던 기쁨을 언젠가 다시 돌려줄 수 있고, 누군가의 기쁨 속에 내가 조용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오늘 기분 좋았어, 너 덕분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풍선이 떠오르는 순간이 될 것이다.

 

기쁨은 거창한 일이 아니라, 살짝 올라간 입꼬리 하나로도 충분하다. 풍선처럼 가볍지만, 마음을 한없이 띄워주는 감정. 기쁨은 내 일상을 아주 잠시, 아주 반짝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을 붙잡아둘 수 있다면, 그건 우리가 감정을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노란 풍선은 오늘도 어디선가 떠오르고 있다.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아주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