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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에게 가장 냉정할까 – 자기 비판 이라는 감정

비판텐 2025. 4. 25. 13:35

 

자기 비판이라는 감정

 

1. 다른 사람에겐 따뜻하면서, 나에겐 왜 이토록 가혹할까

 

누군가 실수했을 때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너그러워지면서도, 정작 내가 같은 실수를 하면 왜 그랬어, 또 너야?하며 가차 없는 비난을 던지는 나. 돌아보면 가장 냉정한 평가자는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를 향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일까, 완벽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을 거라는 오래된 믿음 때문일까. 자기비판은 마치 거울 앞에서 계속해서 단점만 찾으려는 습관 같았다. 조금만 부족하면 나를 실패로 몰아가고, 작은 허점 하나에도 전부 무너져버린 듯 느끼게 만든다. 이 감정은 조용히 스며들어 내 자존감을 좀먹고, 결국엔 스스로를 불신하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때로 외부의 칭찬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나는 별로인데 왜 그런 말을 하지?"라는 의심만 남기고.

 

 

2. 자기비판은 어떻게 내 안에 자리 잡았을까

 

돌아보면 이 감정은 어릴 적부터 조금씩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잖아. 너는 항상 부족해. 그걸 왜 그렇게밖에 못 해? 칭찬보다 지적이 더 익숙했던 성장기, 기대를 충족시켜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던 환경. 그 속에서 나는 내 감정보다 결과를 먼저 보게 되었고, 내 서툼보다는 성취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그렇게 나는 내 실망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먼저 스스로를 탓하고 깎아내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야 덜 상처받을 수 있다고 믿으면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자기비판은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조금씩 부숴버리는 힘이었다는 걸.

 

 

3. 나는 왜 나를 그렇게 미워했을까

 

자기비판이 계속될수록, 나는 나를 점점 덜 사랑하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사랑하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되었다. 작은 실패에도 또 못했어라고 자책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서 늘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나를 미워했다. 하지만 그 미움의 바닥엔 항상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의 진심을 봐줬으면 하는 마음. 그러니까, 그 모든 자기비판은 어쩌면 나 좀 봐줘,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뒤틀린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몰랐던 나는, 나를 향해 더 날카로운 말만 던졌고, 결국 가장 외로운 상태로 남아버렸다.

 

 

4. 이제는,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기로 했다.

 

자기비판의 소리를 줄이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건 마치 오랜 시간 들은 익숙한 멜로디를 조금씩 바꿔 부르는 연습과도 같다. 이제 나는, 실수했을 때 그래도 애썼어 라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부족했을 때 다음엔 더 나아질 거야라는 가능성으로 바라보려 한다.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건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 낯섦 속에 회복이 시작된다. 가끔은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 그동안 너무 애썼어. 이제는 괜찮아도 돼. 그렇게 말해주고 나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고, 내 마음에 작은 여백이 생긴다. 그 여백이 비판 대신 다정함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천천히 연습 중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 나는 왜 나에게 가장 냉정했을까. 그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 마음에 진짜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자기비판은 때론 성장을 위한 도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나친 날카로움은 마음을 베고 만다. 이제는 비판보다 이해를, 채찍질보다 다독임을 선택하자.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따뜻한 편이 되어주자. 그것이야말로 감정 도감 속 자기비판이라는 장을 조용히 덮고, 자기연민이라는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