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너무 조용한 날 – 무심함과 멍함 사이
1. 감정도 스위치를 꺼둔 듯한 아침알람 소리에 눈을 떴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아침이었다. 바깥의 소음도, 내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출근 준비를 하며 샤워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익숙한 동작들을 반복하면서도 마치 내가 아닌 누군가의 하루를 빌려 사는 느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그냥 멍하다. 그런 날은 뭔가 문제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사실 특별히 문제는 없다. 다만, 마음에 약한 정적이 깔려 있을 뿐이다. 마치 감정의 볼륨이 0으로 내려간 느낌. 조용하고, 납작하고, 무던한. 그 감정의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아서, 더욱 어색하고 낯설다. 2. 무심함이라는 보호막이런 조용한 하루는 종종 ..
2025. 4. 18.
심장이 아닌 위장이 반응한 슬픔 – 감정과 식욕
1. 입으로 들어간 건 음식인데, 사실은 위로였다.슬픔이 몰려오는 밤, 나는 자꾸 뭔가를 먹는다.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입이 심심한 것도 아니다. 그저 뭔가가 필요했다. 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초콜릿을 꺼내고, 라면을 끓이고, 차가운 음료를 마신다.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지만 그 안에는 내 외로운 마음, 고단한 하루, 상처받은 기억이 담겨 있다. 한 입 한 입은 마치 괜찮아, 괜찮아 하고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처럼 느껴진다. 이럴 때의 식사는 더 이상 영양 섭취가 아니다. 그건 마음을 위한 즉석 위로이고, 말없이도 슬픔을 달래주는 유일한 방식이다. 나는 음식을 씹으며 감정을 삼키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눈물을 대신 삼킨다. 2. 감정과 식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우리는 흔히 감정과 식욕은 별개..
2025. 4. 16.